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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소식
영상원/영화과 영상원 전문사 졸업작품(약탈자들) 극장개봉
  • 동문 손영성
  • 등록일2009.11.03
  • 조회수8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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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 지껄이는 우리 … 거기서 찾는 천 개의 얼굴

어라, 이 영화 좀 튀네? 영화 ‘약탈자들’은 도입부터 보는 이에게 이런 생각이 대뜸 들게 만든다. 친구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이 그 자리에 없는, 죽은 친구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인공을 안주 삼아 지껄이기 시작한다. 시쳇말로 ‘뒷담화’다.















서울 명동 중앙시네마에서 만난 손영성 감독은 “사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인간에 대한 발견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문규 기자]

무심코 시작된 얘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화자마다 말이 다 달라 주인공이 나쁜 놈인지, 비열한 놈인지, 진실이 뭔지 당최 알 수가 없게 된다. 와중에 갑자기 1970년대 홍콩영화에서 끌어왔을 법한 황당한 설정(허공에 목을 매단 채 계속 지껄이는 ‘무술의 달인’이 등장한다)이 끼어드는 데는 항복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눈길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이 영화, 물건임에 틀림 없다.











친구 장례식장에 모인 이들의 ‘뒷담화’를 통해서 진실은 무엇인지 묻는 ‘약탈자들’.
◆대학원 졸업작품이 극장으로 직행=그런데 이 물건이 늦깎이 영화학도의 대학원 졸업작품이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과정을 마친 손영성(36)감독이 주인공이다. 연출 전공 동기 7명 중에서 재학 중 데뷔한 사람은 지난해 520만 흥행신화를 쓴 ‘추격자’의 나홍진, 올 하반기 개봉할 손예진·한석규 주연 ‘백야행’의 박신우, 2006년 ‘팔월의 일요일들’을 발표한 이진우 등 셋이나 된다. ‘약탈자들’이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극장 개봉으로 이어지면서 손감독도 동기들의 뒤를 따랐다. 제작비 6500만원 중 절반은 영화 일에 몸담은 이후 처음으로 어머니한테 손을 벌려 마련했다. 정식으로 등록을 한 건 아니지만, ‘약탈자들’의 제작사인 ‘경자필름’은 최대 투자자인 어머니 이름을 딴 것이다.

‘약탈자들’이 튀는 형식을 취하게 된 건 그가 좋아했던 여러 작품들과 무관치 않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루이스 브뉘엘의 ‘자유의 환영’,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 홍콩영화 ‘유성호접검’ 등에서 이야기가 이동하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어요. 이야기가 진행되다 중심 테마가 별안간 사라져버린다든지, 서로 다른 이야기가 수평적으로 끊임없이 연결된다든지 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죠.”

◆인간과 일상 관찰이 영화의 출발=영화의 단초는 대학 동창모임이 제공했다. “모임 다음날 이사 가는 친구 자취방에서 모였는데, 이삿짐이 많다고 해서 물건을 나눠가졌죠. 다들 정신없이 챙겼는데, 나중에 집에 갈 적엔 한 친구가 자기가 고른 물건을 무겁다며 그냥 다 버리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제목이 떠올랐어요. 공들이지 않고 그냥 노획한 물건의 무가치함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싶었죠. ‘뒷담화’도 약탈과 비슷하죠. 10분이면 다 잊어버리고 책임지지도 못할 얘기를, 남이 받을 상처는 아랑곳없이 그저 지껄이는 거니까요.”

모든 창작자의 고민, 즉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고민을 그는 이렇듯 “일상에서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물에 밀착돼 인간에 대한 깨달음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남보다는 자신을 더 많이 관찰해야겠죠. 인간에게는 발굴해낼 감정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그는 사소한 일상에서 인간의 감춰진 여러 면모를 찾아내는 데 ‘선수’인 홍상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홍감독의 2005년작 ‘극장전’에 참여했다. 자신과 인간을 관찰하는 특별한 방법이 궁금했다. 그는 “특별한 건 없고, 성서를 자주 읽는다”고 답했다.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자의 말은 별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곳으로 내려가느니라.’ 얼마 전 잠언에서 읽은 한 구절이 ‘약탈자들’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것 같았단다.

 중앙일보 기선민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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